인생의 맛 (Table)

인천 명월집, 59년 된 곤로 위에서 보글거리는 추억의 온도

까칠한 한량 2026. 1. 20. 17:27

여러분은 40년전 그 시절  곤로를 기억하십니까?

 

인생의 허기를 달래려 길을 나서다 보면, 가끔은 혀끝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곳을 만납니다.

제게는 인천 신포동 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명월집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이곳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는 것은 식당 한 귀퉁이,

세월의 궤적을 고스란히 껴안은 채 놓여 있는 오래된 곤로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겐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생소한 물건이겠지만,

쉰여덟 제 나이대 사람들에겐 보는 것만으로도 코끝이 찡해지는 풍경이지요.

 

 

낡은 상판 위로 피어오르는 아련한 열기는 순식간에 저를 40여 년 전, 친구 땡굴이네 집 부엌으로 데려다 놓습니다.

맞벌이로 바쁘셨던 부모님 대신 어른 없는 빈집을 지키던 우리들.

그 서늘했던 부엌 한편, 곤로 위에서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우리를 기다리던

그 김치찌개의 시큼하고도 구수한 냄새.

투박하지만 따뜻했던 그 시절의 온기가 이곳 명월집의 공기 속에 여전히 고스란히 머물러 있습니다.

 

 

59년 세월을 지켜온 주인장의 고집과 공간의 표정

 

 

명월집은 1967년에 문을 열어 벌써 59년째 대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낮은 조도 아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곳의 안주인께서는 화려한 조리복 대신, 수만 번 손때가 묻은 듯한 정갈한 앞치마를 두르고 묵묵히 곤로를 살핍니다.

칠순을 훌쩍 넘긴 듯한 나이에도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찌개 솥 주위를 도는 그 뒷모습에선

59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손님들의 옷차림 또한 소박합니다.

인근 시장 상인들부터 오래된 단골들까지,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찌개 김 속에 얼굴을 묻고 있습니다.

 

곤로 위에서 보글거리는 김치찌개, 그리고 열한 가지의 위로

 

명월집의 주인공은 단연 오레된 곤로위의 김치찌개입니다. 하지만 주문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인원수대로 백반이 차려지니까요.

 

 

가장 압권은 식당 중앙 곤로 위에서 커다란 양은 솥에 담겨 뭉근하게 끓고 있는 김치찌개입니다.

손님이 직접 원하는 만큼 덜어 먹는 방식인데,

푹 익어 흐물흐물해진 김치와 비계가 적당히 섞인 돼지고기가 입안에서 녹아내립니다.

 

짜지 않고 깊은 국물 맛은 인위적인 조미료가 아니라 시간이 우려낸 맛입니다.

 

여기에 매일 아침 직접 만드는 열한 가지의 정갈한 반찬들은 마치 어머니가 차려주신 집밥처럼 단단한 온기를 전합니다.

 

 

추억을 끓여주는 집 명월집

 

40대 중반, 시한부 판정을 받고 다시 일어선 뒤 제가 전국을 누비며 맛집을 찾아다닌 이유는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명월집처럼 누군가의 인생이 녹아있고, 사라져가는 추억을 붙잡아두는 공간을 마주할 때마다

저는 살아있음의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혹시 마음이 허기진 날이 있다면 인천의 이 낡은 골목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59년 된 곤로위 김치찌개가 내뿜는 온기가 당신의 시린 속을 가만히 어루만져 줄 것입니다.

 

명월집 :  주소: 인천 중구 신포로23번길 41

  • 영업시간: 07:30 ~ 19:30 (매주 일요일 휴무)
  • 가격: 김치찌개 백반 10,000원 (변동 가능성 있으니 확인 필요)